항상 보고, 느끼는 것이 어느 순간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중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몰과, 새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이 연출하는 붉은 기운은 그 무엇보다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어릴 적에는 새해가 그리 더디게 오더니, 이제는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가는 것을 보니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그저 중년의 넋두리는 아닌 것 같다.
비록 새 해를 맞는 심적 속도는 빨라졌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떠오르는 해를 보며 느끼는 설렘과 기대, 희망은 변함없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새 해의 각오를 다지기 위하여 1월 1일, 많은 사람들이 바다나 산을 찾아 일출의 광경을 지켜본다. 그런데, 매일 보는 해인데 바다에서부터 유독 크고, 빨갛게 솟아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양의 본래 색은 우리가 낮에 중천에 뜬 해를 올려다보았을 때 보이는 약간 노란색을 띤 흰 빛이다. 이 흰 빛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무지개 빛이 합쳐져 나타나는 색인데, 각 색의 빛은 대기 중을 통과 하면서 수증기나 먼지와 같은 미세입자에 부딪쳐 흩어지게 되는 “산란”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빛의 색에 따라 대기 중을 지날 때 산란되는 순서에 차이가 있는데, 보라색 계열이 가장 먼저 산란되고 빨간색 계열로 갈수록 길게까지 대기를 통과한다. 바로 이 때문에 일출과 일몰의 태양이 붉게 보이는 것이다. 해가 수평선에 위치하는 일출과 일몰 때는 태양고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태양빛이 대기를 더 길게 통과하게 된다. 따라서 노란색 계열까지 빛이 흩어지고 우리 눈에는 빨간 빛이 강하게 보여마치 타 오르는 듯 한 붉은 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수평선에서 태양이 가장 크고, 웅장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굴절과 착시현상에 있다. 굴절은 빛이 대기 중을 지나면서 그 진행방향이 꺽이는 현상으로, 해가 수평선에 있을 때 해의 아래쪽의 빛은 굴절이 심하고, 위쪽의 빛은 상대적으로 굴절이 약하기 때문에 위에서 눌린 형태로 보여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일출과 일몰에 담긴 산란과 굴절과 같은 빛의 과학을 떠나서, 새 해의 일출을 더 웅장하고 붉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맞이하는 그 특별함이 아닐까? 새해, 모두의 행복을 담아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을 기대해 본다.
출처: 날씨이야기(서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