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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에서 만난 2017

 

부산 갈맷길에서 만난 2017

 

 


 

<걷기 예찬>의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세상의 모든 길은 땅바닥에 새겨진 기억이며 오랜 세월을 두고 그 장소들을 드나들었던 무수한 보행자들이 땅 위에 남긴 잎맥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라는 큰 나무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려고 갈맷길을 찾았다. 갈맷길은 부산 곳곳의 길을 연결하는 그야말로 부산의 잎맥과도 같은 길이다. 잎맥을 통해 물과 영양분이 흐르듯이 부산의 자연, 문화, 이야기 등이 갈맷길에 흐른다. 갈맷길 전체 구간은 9개 코스로 총 263.8km에 달한다. 군사 보호구역으로 묶인 곳을 풀었고 단절된 숲길, 해안길, 강변길을 연결해 자연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곳이 많다. 9개 코스 중 어느 길을 걸어야 할까? 이왕이면 겨울 바다의 낭만을 오롯이 즐기고 부산의 옛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1코스부터 9코스까지 꼼꼼히 살펴본 후 3코스와 4코스를 선택했다. 3코스는 부산항 중심의 부산 원도심이고, 4코스는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가 아름다운 지역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산책로, 발밑으로 파도가 넘실

 

영화 <국제시장>으로 명소가 된 국제시장 내의 꽃분이네

K-water가 환경 수변 도시로 개발하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시작은 4코스 끝자락인 부산 에코델타시티 현장과 낙동강 하굿둑.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K-water에서 건설 중인 친환경 수변 도시로 첨단 산업·주거·국제 비즈니스 지구를 연계하는 국제 친수 문화 도시로 탄생할 예정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에서 을숙도대교만 건너면 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가 나온다. 낙동강 하구는 수심이 얕고 갯벌이 발달해 철새 먹이가 풍부하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철새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AI 때문에 아미산 전망대에서 낙동강 하구를 조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코스의 백미는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송도해수욕장은 국내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으로 한때 대한민국 최고 피서지이기도 했다. 이웃한 암남공원까지는 해안 절벽을 따라 덱이 놓여 있는데, 바람이 강하면 파도가 발밑까지 핥고 지나간다. 감천항 인근의 감천문화마을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한국전쟁 때 낙동강 이남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이 산 중턱에 힘겨운 삶을 뿌리내리면서 조성된 곳이다. 마치 레고 블록으로 쌓은 듯 집이 계단식으로 촘촘히 들어서 있다. 이러한 감천문화마을의 특색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이 모여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후 ‘부산판 산토리니’라고 불리며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의 오래된 미래를 만나는 코스

 

부평깡통야시장에 자리한 어묵 가게

태종대의 영도 등대 

 

3코스는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에서 태종대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는 부산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용두산공원에 있는 부산타워에 오르면 부산항을 배경으로 한 부산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영화 <친구>로 유명한 문현동 곱창 골목에서 자성대, 진시장, 정공단, 증산으로 이어지는 산복도로를 만날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유명해진 국제시장과 바로 옆에 위치한 부평깡통야시장은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곳이다. 미군 군용 물자와 함께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이 국제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되었다. 이른바 도떼기시장이 바로 국제시장이었다. 부평깡통야시장은 베트남 전쟁 특수로 크게 성장한 곳으로, 미군 물자인 통조림 등을 많이 팔아서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요즘은 떡볶이, 만두, 도넛, 빈대떡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야시장으로 더욱 이름이 높다. 국제시장이 남대문시장과 비슷하다면 부평깡통야시장은 광장시장과 많이 닮았다.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광장은 4개 영화관이 몰려 있는 남포동 중심가에 있다. 원형 무대와 광장 바닥에 찍힌 세계 영화계 거장들의 손도장이 영화의 거리임을 말해주며, 거리 곳곳에는 영화 포스터로 만든 조형물이 놓여 있다. 이곳의 납작만두와 씨앗호떡은 놓치면 안 될 간식거리.BIFF 거리 건너편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자갈치시장이 있다. 자갈치시장에서 펄떡펄떡 뛰는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구경하고 다시 해안가로 길을 재촉하면 굽이치는 파도와 더불어 절경을 이루는 절영해안산책로와 태종대가 나온다.
  

 

걷기는 삶을 방해하는 생각들의 가지치기

태종대에 이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바다에 떠 있는 어선에 불이 켜지고 영도 등대도 불을 밝혔다. ‘느리게 걸으면서 천천히 즐기자’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간 바쁘게 움직인 게 아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는 근심 걱정의 무게로 너무 무거워 삶을 방해하는 생각들의 가지치기”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2017년이 밝았다. 걷지 않더라도 삶을 고단케 하는 근심 걱정을 하루라도 빨리 가지치기했으면 좋겠다. 조금은 후련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7년을 꾸릴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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