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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수도 시설과 물 공급 체계를 갖춘 '물의 도시'

로마의 상수도와 목욕문화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카이저테르맨(Kaiserthermen)은 4세기 초 로마인이 만든 공중목욕탕이다. 이곳에 처음 들어서면 3개의 온탕과 마주하는데, 물을 따뜻하게 데우는 데 사용한 보일러 6개 중 4개가 남아있다. 이렇게 공중목욕탕은 로마 시민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번창해 로마 황금기에는 무려 11개의 제국 목욕탕과 926개의 공중목욕탕이 열기를 뿜었다고 한다.


뛰어난 상수도 시설에서 발달한 목욕문화


로마인은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목욕을 좋아해 웬만한 도시에는 여러 개의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지금 영국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방벽'은 당시 제국의 최전선이었는데, 이곳에도 병사들을 위한 목욕탕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로마에 목욕 문화가 보급된 배경에는 상수도 역할이 컸다. 로마인은 기원전 4세기 무렵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상수원에서부터 수로를 건설해 식수를 공급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수로를 건설해 물이 풍부해지자 목욕탕을 짓기 시작했는데, 특히 기원전 33년 율리아 수로를 건설한 후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자 공중목욕탕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번창했다. 그 유명한 시저를 비롯한 위정자들도 인기 관리를 위해 앞다퉈 공중목욕탕을 지었다.

특히 수도 로마에서는 목욕탕의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호화로워졌다. 일부 황제는 목욕탕을 궁전처럼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었으며, 이렇게 지은 목욕탕을 시민에게 기증하기도 했다.


폭군 칼리칼라는 갖은 사치를 부려 목욕탕을 궁전처럼 꾸몄는데, 신전을 세우고 분수와 샘물이 흐르는 석굴과 산책로, 심지어는 음악당과 철학자들이 담소할 수 있는 정원까지 만들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역시 이에 질세라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욕장의 바닥에 모자이크를 깔고 이집트산 대리석과 황홀한 프레스코화로 벽을 치장했다.


휴식, 사교, 건강, 오락 등을 즐기는 꿈의 궁전


로마의 공중목욕탕은 온탕, 냉탕, 미온탕에 휴게실, 상점, 도서실, 체육실, 미술관 등을 갖춘 다목적홀이었다. 또 이곳에서 체조, 씨름, 권투, 구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도 했다. 로마인에게는 목욕탕은 휴식과 함께 사교, 건강, 오락 등을 즐기는 사회적, 문화적 공간이었다. 이처럼 로마인은 목욕을 개인의 행복과 쾌락을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로 여겼다. 목욕탕 안팎을 수준 높은 미술품으로 장식해 로마 시대의 미술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오늘날 우리가 미술관에 가서 감상하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상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이때의 공중목욕탕 자리에서 발굴한 작품이라고 한다. 바티칸 미술관의 보배라고 일컫는 '라오콘 군상'도 원래는 '트랴야누스 목욕탕'을 장식하고 있던 작품이다.

물 공급은 거대 도시를 유지하는 공공사업


로마인은 도심 곳곳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도관을 건설했다. 수도관은 지상 혹은 지하에 매설했는데, 골짜기를 건널 때는 거대한 돌로 만든 육교나 고가 다리를 만들어 그 위로 물이 흐르게 했다. 이때 건설한 수도는 총 11개로, 수도관 길이는 58km에 달했다. 이는 서울과 부산간 거리보다 더 길다. 이 수도관을 통해 매일 70km3의 물이 도로변의 공공 식수장이나 공중 목욕탕, 분수, 나아가서는 개인 저택에까지 공급됐다. 로마 시민은 집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공짜로 공동 수조의 물을 퍼서 사용할 수 있었다. 부자나 염색업자, 권력자는 개인용 수도를 끌어다 썼는데 이 경우는 요금을 지불했다. 로마의 인구는 한때 150만 명까지 육박했으며, 로마 시민이 공급받은 물은 일인당 하루 0.5m3로 추정하는데 이는 현대 대도시와 같은 수준이다.


로마제국이 번영하고 지중해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함에 따라 상수도도 함께 건설했다. 큰 도시에서는 제국의 영화를 상징하는 거대한 수도교가 교외에서 시내로 길게 이어졌다. 로마 수도의 흔적은 지중해 주변과 옛 갈리아 지방인 파리, 리옹, 쾰른, 알제리, 카르타고, 에스파냐, 세고비아, 소아시아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대 로마인만큼 목욕을 사랑한 민족도 없었다. 로마는 기원전 4세기 무렵부터 뛰어난 상수도 기술로 식수를 공급하고 공중목욕탕을 지은 '물의 도시'였다. 고대 로마는 선진적 상수도 기술과 경이로운 목욕문화와 함께 번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물, 자연 그리고 사람 (사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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